하늘뜻펴기/새벽

불을 쬐는 베드로

E.step 2024. 9. 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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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274장
요한복음 18:15-18
 
15절에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또 다른 제자가 누구인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보통은 '요한'이라고 봅니다. 요한은 외향적이며 욕심도 많고 인맥도 좋았던 제자였습니다. 예수님이 왕이 되면 한 자리를 차지하려던 사람이었습니다. 성격도 충동적이었습니다. 요한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가 부끄러워서 15절에 "다른 제자 한 사람"이라고 기록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복음서에도 베드로의 부인 사건은 모두 등장하지만 또 다른 제자가 누구인지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발이 넓어서 대제사장과도 아는 사이였습니다. 베드로와 이 제자가 예수님을 따라 대제사장의 뜰에 들어갑니다. 베드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다른 제자는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문 밖에 서 있는 상황이고 다른 제자는 집 안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같은 제자지만 다른 성격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제자라고 불리는 제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아는 사람도 많은 제자라고 한다면 베드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투박하고 순진한 촌 사람입니다.
 
베드로와 같은 사람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비위를 맞춰가면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조금 무식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유형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맞추는 걸 잘 할 줄 모르고 이렇게 문 밖에 서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베드로의 스타일을 잘 아는 다른 제자가 여종을 시켜서 베드로를 들여보내라고 합니다. 역시 이 다른 제자는 능숙함이 있습니다. 종에게 부탁도 할 수 있고 베드로를 생각하는 예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는 유형입니다.
 
그러나 부르기 전에 베드로는 아직 세상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용기가 없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이 들어가신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합니다. 예수께서는 하늘에서 세상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사람으로 오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세상 문 밖에 서서 계시지 않으시고 세상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세상 속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구원할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아직 문 밖에 서 있습니다. 들어갈수도 없고, 들어갈 용기도 없습니다. 권력자들과 두려움이 있는 그 대제사장의 집이라고 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 서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의 포부는 세상의 현실 앞에 쫓겨난 신세가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남달랐던 제자로서의 포부와 입지는 세상의 현실 앞에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한 나약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베드로를 안으로 들였던 여종은 베르로를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 여종은 마치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베드로에게 말을 걸고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베드로에게 '너도 이 사람의 제자가 아니냐'라고 묻습니다. 이 여종의 질문은 베드로에게 위협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충성스러운 종으로 인해 베드로도, 예수님처럼 잡혀가게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은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닙니다.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입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위기에 처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베드로도 지금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것입니다.
 
자신도 예수님처럼 될까봐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서 거짓말을 합니다. 처음에 여종이 베드로를 향해 물어봤을 때도 심각하지 않게 물어봤을수도 있습니다. 진지하지 않고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은 상황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가볍게 거짓말을 합니다. 심각하든, 가볍든 베드로는 거짓말로 자신을 지켰습니다.
 
예수께서는 잡혀가실 때 '내가 그니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라고 답합니다. 예수님과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자신이 처음부터 계획했고 이 일을 위해 오셔서 준비가 되셨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잡혀가시고 재판을 받으시고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베드로도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패배했다고 생각해서 그 모든 것을 부정하며 자신은 예수의 제자가 아니라고 부인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예수님 앞에서 해왔던 자신감과 열정, 이 모든 것을 부정합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주님을 떠날지라도 자신만큼은 떠나지 않겠다던 그 충성심도 모두 부정합니다. 그 날 날씨가 추웠습니다. 날시뿐만이 아니라 베드로의 마음도 많이 추웠을 것입니다. 우리도 두렵거나 초조해할 때 몸이 많이 추워집니다. 베드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예수님 멀리 서서 불을 쬐며 몸을 녹입니다.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께서 배를 타고 온 베드로에게 나타나실 때 불을 피우시고 기다리셨습니다. 그때 단어와 똑같은 숯불입니다.
 
예수님과 베드로는 그 불을 보고 오늘 말씀의 상황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지금 자신의 몸을 쬐고 있습니다. 성경에 이런 것까지 기록하는 거을 보면 베드로의 연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잘못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안위를 챙깁니다. 자기 몸 추운 것만 걱정합니다. 예수님을 잡아 온 경비병드로가 같이 불을 쬐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예수님과 멀리 떨어져서 내 몸 챙기며 따스한 불을 쬐고 있지는 않은지요.
 
예수님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떠나 불같던 사람이, 주님과 뜨거웠던 사람이 예수님을 떠나자 몸이 차가워졌고, 냉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반대편 사람들과 불을 쬐며 자기 몸만 챙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과 멀리 있으니 이렇게 추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옆에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닌 예수님과 있는 것이 힘든 일도 많고, 고난의 잔을 마시는 길이지만 그곳이 따뜻한 곳이고, 뜨거운 사람의 길인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과 멀리 떨어져서 내 몸만 챙기는 사람이 아닌 주님과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하루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베드로의 연약함이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어떤 일 속에서 나의 안위를 위해 주님과 거리를 두고 내 몸만 챙기는 사람 되지 않게 하옵소서. 차가운 사람, 추위 속에 있는 사람되지 않게 하시고, 성령의 불로 뜨겁게 살아가는 우리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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