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쯤 됐다. 주한이는 9시면 자는 시간이어서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잠을 잔다. 중간에 깨지만 주한이의 잠 시간은 밤 9시부터다. 반면 요한이는 최소 밤 11시부터다. 두 형제가 잠시간이 맞지 않는다. 요한이는 신생아 때부터 밤 9-11시 사이에 징하게 울었다. 자기 전 울음이었다. 악을 쓰며 2시간 정도 울다가 11시가 되면 잠을 잤다. 잠이 들면 푹 잤다는 점은 장점이다. 반면 주한이는 자주 깨지만 일찍 잔다. 그러나 일찍 잘 수 없는 이유는 형아가 늦게 자기 때문에 자기 전까지 떠든다는 것이 이유다. 요한이가 말을 잘 하고 말이 많다보니 뭘 하든 항상 말하면서 하고 항상 같이 하면서 대화하면서 많이 한다. 주위 사람을 가만히 두는 법이 없다. 어젯 밤에는 윤경이가 잠시 마트에 갔다. 요한이에게 말하지 않고 갔다는 것이 큰 실수였다.
요한이는 주한이를 낳을 때 일주일동안 엄마와 떨어져서인지 엄마가 안 보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출산할 때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요한이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일주일동안 열이 많이 나고 아프기까지 했다. 그때는 아빠만 찾았지만 속으로는 엄마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지 않은 것 같다. 요한이가 거실에서 놀다가 엄마가 보이지 않자 갑자기 엄마를 찾는다. '엄마?', 좁은 집 안에 엄마가 없다는 것을 빨리 감지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설명했다. 엄마가 잠시 마트에 갔다고 금방 올거라고 말했다. 요한이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엄마에게 당장 가자고 떼를 쓴다. 몇 번을 말해도 요한이는 지금 당장 엄마가 보고 싶다. 지금 당장 엄마가 내 눈 앞에 있지 않으면 큰일 난다.
나는 주한이를 재우고 있던 터라 요한이가 계속 같이 놀자고 그래도 조금 놀아주다 말고 그랬다. 요한이에게 가까이 가면 요한이의 말소리에 주한이가 바로 반응을 보이고 울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요한이가 엄마를 찾으며 내 팬티를 붙잡고 엄마한테 가자고, 마트에 가자고 울면서 떼를 쓰니 주한이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다. 주한이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는 별 반응이 없지만 형의 말 소리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다가 깬다. 아기의 소리가 아기에게 거슬린다는 말이 맞나보다. 두 아이가 우는 상황에 처해보니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저 한 명을 선택해서 달래야 하고, 한 명은 내버려두다시피 해야한다. 주한이는 매일 밤 형의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잔다. 형의 목소리에 적응해서 형의 목소리가 자장가가 되는 때가 오길 바란다.